세계보건기구 집계로 전 세계 도로 사망자는 한 해 약 119만 명이고, 그중 열에 아홉이 도로 환경이 열악한 중·저소득국에서 나온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사망은 최근 10여 년간 오히려 늘었고, 도로 폭과 운전 문화가 다른 남미 같은 지역에서는 국내에서 익숙한 대비만으로는 부족하다. 출발 전에 경로와 이동 시간대, 시인성 장비, 가족과의 위치 공유 체계를 점검하면 피할 수 있는 위험이 줄어든다.
자전거나 도보로 떠나는 장기 해외여행은 준비물 목록보다 도로 자체가 가장 큰 변수다. 세계보건기구의 2023년 도로안전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도로 사망자는 한 해 약 119만 명이고, 이 가운데 약 90%가 중·저소득국에서 발생한다. 같은 보고서에서 자전거 이용자 사망은 7만1천 명으로 2010년부터 2021년 사이 약 20% 늘었다.
얼마 전 볼리비아에서 자전거 세계일주 유튜버가 트럭 뺑소니로 숨진 일도, 도로 환경이 다른 곳에서 이동 그 자체가 위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David Brown
위험은 운전자의 난폭함만의 문제가 아니다. 좁은 2차선 도로에 갓길이 없고, 대형 화물차 통행이 많으며, 자전거나 보행자를 전제하지 않은 설계가 겹친다. WHO는 저소득국의 도로 사망 위험이 고소득국의 3배에 이른다고 지적한다. 흥미로운 점은 저소득국이 보유한 자동차는 전 세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차가 적은데도 사망이 많다는 건, 문제의 핵심이 도로와 구조에 있다는 뜻이다.
이런 곳에서는 '국내에서 하던 대로'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거의 없고, 운전자들이 자전거와의 안전거리를 두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산지대라면 급경사 내리막에서 속도가 붙어 제동 거리가 길어지는 변수까지 더해진다.
가장 빠른 길이 가장 안전한 길인 경우는 드물다. 대형 화물차가 몰리는 간선도로 대신 통행량이 적은 우회로를 택하고, 하루 단위로 경로를 미리 정해두는 편이 낫다. 통신이 끊기는 구간이 많으니 오프라인 지도는 기본이다.
이동 시간대도 경로만큼 중요하다. 같은 도로라도 출퇴근 시간대의 위험은 한낮과 다르다. 해가 낮게 깔리는 아침·저녁의 역광 구간은 운전자가 자전거를 늦게 발견하는 때이므로, 출발을 10~15분 당기거나 늦추는 조정만으로도 가장 까다로운 시간을 피할 수 있다.
장거리 라이더에게 안전장비의 핵심은 성능보다 시인성이다. 어드벤처 사이클링 등 라이딩 단체들은 헬멧과 보안경에 더해 밝은색 고시인성 의류를 권한다. 다만 밝은 색상은 낮에만 효과가 있으므로, 흐린 날이나 저녁에는 반사 소재와 전·후방 라이트가 더 중요하다.
이어폰은 빼는 편이 안전하다. 뒤에서 접근하는 차량의 소리는 시야가 닿지 않는 위험을 미리 알려주는 정보다. 백미러를 달아 두면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후방을 확인할 수 있어 균형을 잃을 위험이 준다.
혼자 이동하는 장기 여행일수록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를 누군가 알고 있어야 한다. 출발 전 다음을 점검해 두면 사고나 연락두절 상황에서 대응이 빨라진다.
준비물은 잃어버려도 다시 살 수 있지만, 연락 체계는 사고가 난 뒤에는 만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