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용 샤워필터는 수돗물의 잔류 염소와 녹물 같은 이물질은 줄여주지만, 경수(석회수)로 인한 피부 당김과 물때는 낮추지 못한다. 물에서 염소 냄새가 나거나 오래된 숙소의 녹물이 걱정될 때는 값어치가 있지만, 유럽·중동처럼 물이 센 지역의 피부 당김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쉽다. 목적지 물이 어떤 문제인지와 본인 피부 민감도를 먼저 따지고, 염소·이물질·중금속 중 무엇이 걱정인지에 맞춰 필터 방식을 고르면 된다.
여행용 샤워필터를 챙길지는 '무엇을 걱정하느냐'에 달렸다. 샤워필터는 대체로 두 가지를 겨냥한다. 수돗물의 잔류 염소, 그리고 낡은 배관에서 나오는 녹물이나 모래 같은 이물질이다. 이 두 가지가 신경 쓰인다면 도움이 된다. 반대로 유럽 일부처럼 물이 센 지역에서 겪는 피부 당김은 샤워필터로 거의 해결되지 않는다. 이 구분을 먼저 잡아야 괜히 짐만 늘리는 일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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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가 분명한 쪽은 염소다. 물에서 수영장 냄새 같은 게 나는 지역이거나, 평소 염소에 피부와 두피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라면 필터가 냄새와 자극을 줄여준다. 활성탄(카본) 필터가 염소와 냄새를 흡착하고, 비타민C 필터는 염소를 화학적으로 중화한다.
숙소 조건도 본다. 오래된 건물이나 한동안 비어 있던 방은 첫 물을 틀 때 녹물이나 침전물이 나오기 쉽다. 이물질을 걸러주는 세디먼트 필터가 이럴 때 몫을 한다. 피부 트러블 이력이 있거나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이 두 상황에서 필터의 값어치가 올라간다.
솔직히 샤워필터로 안 되는 영역이 있다. 물속 칼슘·마그네슘이 많은 경수, 즉 석회질이 원인인 피부 당김과 물때는 일반 샤워필터가 낮추지 못한다. 경도를 실제로 떨어뜨리려면 이온교환 방식의 연수기가 필요한데, 이건 여행 짐으로 들고 다니기 어렵다.
성능 편차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잔류염소 100% 제거를 내세운 시판 필터샤워기 20개 중 7개가 성능이 미흡했다. 필터가 달렸다고 다 같은 성능은 아니라는 뜻이다. 유럽이나 중동처럼 물이 센 곳에서 피부 당김을 없애겠다는 기대라면, 오히려 보습 로션을 넉넉히 챙기는 편이 현실적이다.
목적지 물이 센지 아닌지는 떠나기 전에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지역명 + hard water'로 검색하거나, 숙소 후기에서 '물때가 많다', '비누 거품이 잘 안 난다'는 언급을 살피는 식이다. 물이 세다고 나오면 필터보다 보습에 무게를 두는 게 낫다.
짐 공간은 한정돼 있다. 압축파우치로 부피를 줄이려 애쓰는 상황에서 샤워필터는 우선순위를 따져 넣는다. 판단 기준은 이렇다. 목적지 물이 염소나 녹물 쪽 문제이고 본인이 물에 민감한 편이면 챙길 값이 있고, 그저 '혹시 몰라서'라면 짧은 여행에서는 후순위다. 카본과 비타민C 성분은 쓰면서 소모되므로, 장기 여행이면 여분 카트리지도 함께 계산한다.
여행용은 대개 두 형태다. 호스 중간에 끼우는 인라인 필터, 그리고 필터가 내장된 샤워헤드다. 숙소 샤워기 모양을 미리 알 수 없으니, 나사 규격에 덜 민감한 인라인 방식이 낯선 욕실에서는 대체로 무난하다.
사기 전에는 방식 차이를 본다. 비타민C 필터는 염소는 중화하지만 이물질 여과 기능이 없어서, 녹물까지 걱정된다면 세디먼트가 함께 든 복합형이 낫다. 중금속이 마음에 걸리면 KDF 필터가 더해진 제품을 본다. 결국 '내가 걱정하는 게 염소냐, 이물질이냐, 중금속이냐'를 먼저 정하면 방식은 따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