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용 방석은 메모리폼(압력 분산), 젤(진동 완화), 도넛형(꼬리뼈 회피)처럼 소재마다 잘하는 일이 다르고, 두께는 무작정 두꺼운 것보다 탄탄하게 받쳐주는 반발력이 중요하다. 기차·버스는 통풍과 고정력, 흔들림이 큰 노선은 진동 완화, 비행기는 작은 부피가 우선이라 이동 수단마다 필요한 기능이 갈린다. 성능이 좋아도 무겁고 부피가 크면 안 들고 나오게 되므로 무게와 수납 부피로 마지막 결정을 내리면 된다.

장거리 이동용 방석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갈리는 건 소재다. 크게 세 갈래가 있고, 각각 잘하는 일이 다르다.
메모리폼은 체중을 넓게 퍼뜨려 엉덩이뼈에 쏠리는 압력을 분산하는 데 강하다. 몇 시간씩 같은 자세로 앉아 있어야 하는 여행에 가장 무난한 선택이다. 다만 열을 머금는 성질이 있어, 통풍이 되는 메쉬 커버와 함께 쓰지 않으면 여름철엔 답답할 수 있다. 젤 소재는 물컹한 특유의 감촉으로 노면에서 올라오는 미세한 진동을 잡아준다. 대신 여름 햇볕에 쉽게 뜨거워진다. 가운데가 뚫린 도넛형은 꼬리뼈가 바닥에 직접 닿지 않게 해, 오래 앉으면 꼬리뼈부터 아픈 사람에게 맞는다.
자신이 어디부터 불편해지는지 떠올려 보면 선택이 쉬워진다. 엉덩이뼈가 배기면 메모리폼, 꼬리뼈가 아프면 도넛형, 흔들림이 신경 쓰이면 젤 쪽으로 좁혀진다.

Sergey Filippov
흔히 놓치는 것이 두께다. 푹신해 보인다고 무작정 두꺼운 것을 고르면 오히려 불편해진다. 방석이 너무 높으면 좌석에서 무릎 각도가 틀어지고, 등받이와의 관계가 어긋나 자세가 뒤로 밀린다. 반대로 지나치게 얇으면 압력을 나눠주지 못해 방석을 깐 의미가 사라진다.
기준은 두께 숫자가 아니라 반발력이다. 눌렀을 때 끝까지 푹 꺼지지 않고 어느 지점에서 탄탄하게 받쳐주는 것이 오래 앉기에 유리하다. 물컹하기만 한 방석은 처음엔 편해도 시간이 지나면 바닥이 느껴진다. 좋은 방석은 대개 푹신함과 단단함 사이 어딘가에 있다.
같은 장거리라도 무엇을 타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뀐다.
기차나 우등버스처럼 좌석이 넓고 몇 시간을 내리 앉는 경우엔 통풍과 고정력이 중요하다. 열이 빠지지 않으면 금세 눅눅해지고, 방석이 밀려 자꾸 고쳐 앉게 되면 그 자체가 피로다. 바닥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제품이 이럴 때 편하다. 노선 상태가 좋지 않아 흔들림이 큰 시외버스라면 진동을 걸러주는 젤이나 밀도 높은 메모리폼이 유리하다. 좌석 간격이 좁고 짐 규정이 빡빡한 비행기에서는 성능보다 부피가 먼저다. 접거나 공기를 빼서 작게 만들 수 있는 제품이 현실적이다.
즉 한 개로 모든 상황을 덮으려 하기보다, 자신이 가장 자주 타는 수단을 기준으로 고르는 편이 낫다.
성능이 좋아도 무겁고 거추장스러우면 결국 집에 두고 나오게 된다. 여행용 방석에서 휴대성이 마지막 관문인 이유다.
무게와 접었을 때의 부피를 먼저 본다. 공기를 넣어 쓰는 에어쿠션은 뺐을 때 손바닥만 하게 접혀 배낭에 넣기 좋고, 앉은 자리에서 공기량으로 높이와 탄성까지 조절할 수 있다. 다만 바람을 넣고 빼는 번거로움과 펑크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폼 소재 접이식은 바로 깔 수 있어 편하지만 부피가 더 나간다. 여기에 가방에 걸 수 있는 손잡이나 끈이 있는지, 커버를 벗겨 세탁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하면 실사용 만족도가 올라간다. 정리하면 소재로 큰 방향을 잡고, 두께와 이동 수단으로 범위를 좁힌 뒤, 실제로 매번 들고 다닐 만한 무게인지로 마지막 결정을 내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