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유가, 유류할증료엔 시차 두고 온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피격이 잇따르며 국제 유가가 상승세로, 14일 브렌트유는 106달러대, WTI는 5거래일 연속 올랐다. 항공 유류할증료는 실시간 유가가 아니라 과거 한 달가량의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으로 매겨져, 지금의 상승은 곧바로가 아니라 한두 달 뒤 발권분부터 반영된다. 유류할증료는 발권일 기준이라 인상 전 발권하면 추가 징수가 없지만 인하돼도 환급되지 않으니, 노선 거리와 유가 방향을 따져 발권 시점을 정하는 게 관건이다.

호르무즈가 유가를 흔드는 이유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약 20%, 하루 2천만 배럴 안팎이 지나는 길목이다. 이곳이 막히거나 위험해지면 공급 차질 우려가 곧바로 가격에 반영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해협을 거치지 않는 우회 송유관을 갖췄지만, 쿠웨이트와 카타르 등은 대체 수출로가 사실상 없어 긴장이 커질수록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금이 그런 국면이다. 10월 13일 싱가포르 선적 컨테이너선이 피격돼 화재가 났고 이튿날 침몰했으며, 같은 날 또 다른 선박도 공격받았다. 이달 들어 집계된 공격만 23건으로, 로이터는 이란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를 높게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런 긴장 속에 14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6달러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5달러대로 올라 WTI 기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유가가 항공권에 붙기까지

Jasinto Shabani
여행자가 체감하는 통로는 유류할증료다.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항공유(MOPS)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단계가 매겨진다. 1갤런당 150센트를 넘으면 부과가 시작돼 최대 33단계까지 오른다. 금액은 노선 거리에 따라 다르고, 왕복은 편도 금액을 두 번 문다.
핵심은 시차다. 유류할증료는 실시간 유가가 아니라 과거 한 달가량의 평균값으로 정해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6월 유류할증료가 4월 16일부터 5월 15일까지의 평균값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즉 적용되는 달보다 기준 기간이 한두 달 앞서 있다. 다만 기준 구간의 날짜 표기는 매체마다 조금씩 달라, 정확한 적용은 항공사 월별 공지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그래서 언제 반영되나
이 구조를 지금 상황에 대입하면 답이 보인다. 11월 발권분은 이미 지난 기준 기간으로 사실상 윤곽이 잡혀 있다. 10월 중순에 치솟은 호르무즈발 유가는 11월이 아니라 그 이후 발권분에 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10월 유류할증료는 8월 14단계 저점에서 2단계 올라온 상태다.
또 하나 중요한 규칙이 있다. 유류할증료는 탑승일이 아니라 발권일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발권한 뒤 유류할증료가 올라도 차액을 더 받지 않고, 반대로 내려도 환급해주지 않는다. 지금 끊으면 지금 단계로 고정된다는 뜻이다.
지금 예약, 이렇게 판단하라
무조건 서두를 일도, 무작정 미룰 일도 아니다. 조건에 따라 갈린다.
- 미주·유럽 같은 장거리이고 출발일이 정해졌다면, 유가가 오름세인 국면에서는 발권을 앞당기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 거리가 길수록 유류할증료 비중이 커서 단계 인상의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 일본·동남아 같은 단거리라면 유류할증료 자체가 작아 체감 차이가 크지 않다. 서두를 이유가 적다.
- 이번 상승이 지정학적 돌발 요인이라 다시 가라앉을 것으로 본다면, 환급이 안 되는 만큼 성급한 선발권은 피하는 게 맞다.
발권 전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해당 월 유류할증료 단계와 금액을 항공사 공지에서 직접 보고, 일정이 유동적이라면 변경·환불 규정을 함께 챙긴다. 중동을 경유하는 노선이라면 긴장 고조에 따른 우회나 지연 가능성도 염두에 두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