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동쪽 끝과 서쪽 끝이 차로 1시간 30분 안팎 떨어져 있어, 짧은 일정에 여러 권역을 넣으면 이동에만 시간을 쓰게 된다. 그래서 하루 이틀 여행의 관건은 명소 개수가 아니라 공항에서 가까운 한 권역으로 동선을 좁히는 데 있다. 도착·출발 시각과 계절 명소, 한라산 예약 여부를 먼저 확인하면 어느 권역을 고를지가 분명해진다.
제주에 하루나 이틀만 머문다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생각은 "온 김에 유명한 데는 다 보자"다. 제주는 생각보다 넓고, 동쪽 끝과 서쪽 끝은 해안도로로 1시간 30분 안팎 떨어져 있다. 짧은 일정에 동부와 서부를 한 번에 욱여넣으면, 남는 건 창밖 풍경과 주유비뿐이다.
그래서 짧은 여행의 첫 결정은 "어디를 볼까"가 아니라 "어느 권역에 머물까"여야 한다. 권역을 하나로 좁히면 이동시간이 줄고, 그만큼 실제로 걷고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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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지는 크게 네 권역으로 갈린다. 공항이 있는 제주 시내, 성산·구좌·표선이 속한 동부, 애월·한림·대정이 속한 서부, 그리고 중문관광단지를 낀 서귀포 남부다. 지역별 여행 코스를 안내하는 관광 자료들도 대체로 이 틀을 따른다.
권역을 고르는 1차 기준은 공항에서의 거리다. 렌터카 기준 대략적인 이동시간은 아래와 같다.
| 권역 | 공항 기준 차량 | 대표 명소 |
|---|---|---|
| 서부(애월) | 약 20분 | 애월 해안도로 |
| 서귀포·중문 | 약 40~52분 | 중문관광단지 |
| 동부(성산) | 약 1시간 | 성산일출봉 |
같은 제주라도 애월과 성산은 도착 후 첫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이 40분 넘게 차이 난다. 반나절짜리 일정이라면 이 40분이 명소 한 곳을 더 볼지 말지를 가른다.
동선은 지도가 아니라 시계에서 시작한다. 오후 늦게 도착하는 항공편이라면 공항에서 20분 거리인 서부가 현실적이고, 오전 일찍 도착해 저녁 비행기로 나간다면 왕복 2시간을 감당하는 동부도 넣을 수 있다.
기본 형태는 공항에서 가까운 권역으로 들어갔다가 되돌아 나오는 부메랑 동선이다. 한 권역 안에서는 명소들이 대체로 차로 10~20분 안에 이어져 있어, 이동보다 체류에 시간을 쓸 수 있다. 반대로 "이왕이면 반대편도"라며 반대 권역을 하나 끼우는 순간, 그 하나 때문에 왕복 3시간이 사라진다.
같은 동선이라도 계절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봄에는 유채꽃이 변수다. 제주 유채는 2월부터 피기 시작해 3월에 만개하는데, 성산일출봉을 배경으로 한 노란 밭이 대표적이다. 2~3월에 짧게 온다면 굳이 여러 권역을 도는 것보다 성산 한 곳에서 일출봉과 유채를 함께 담는 편이 밀도가 높다.
겨울은 선택지가 둘로 갈린다. 하나는 11월부터 2월까지 이어지는 동백이고, 다른 하나는 눈 덮인 한라산이다. 한라산을 코스에 넣을 거라면 예약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백록담 정상까지 가는 성판악·관음사 구간은 예약이 필요하지만, 윗세오름으로 오르는 영실과 어리목 코스는 예약 없이 오를 수 있다. 눈만 보는 게 목적이라면 예약 없는 영실·어리목이 부담이 적다.
여름과 가을은 꽃보다 날씨가 변수다. 여름 오후에는 소나기와 태풍 소식을, 가을에는 억새와 일몰 시각을 함께 확인해두면 동선이 흔들리지 않는다.
짧은 제주 여행을 계획할 때 아래만 짚어도 이동에 시간을 버리는 실수는 줄어든다.
명소 수를 늘리는 대신 권역을 좁히면, 짧은 일정에서도 사진 몇 장이 아니라 실제로 걸어본 하루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