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서울의 세 배 크기라 가고 싶은 곳을 순서 없이 이으면 하루가 이동으로 사라지므로, 섬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눠 하루 한 권역씩 도는 것이 첫 코스의 기본이다. 렌트카가 있으면 권역을 자유롭게 순환하지만, 뚜벅이라면 숙소 위치와 버스 노선이 동선을 사실상 결정한다. 여기에 계절마다 가볼 값어치가 달라지는 장소가 겹치면서 우선순위가 바뀐다.

제주 첫 여행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가고 싶은 곳을 지도에 다 찍어두고 가까운 순서로 잇는 것이다. 제주는 서울의 세 배 크기라, 이렇게 하면 동쪽과 서쪽을 오가느라 하루의 절반을 차 안에서 보내게 된다.
그래서 첫 단계는 코스가 아니라 권역이다. 흔히 제주시내, 서귀포·중문, 동부(성산·우도), 서부(애월·한림) 정도로 나눈다. 하루에 한 권역, 3~4곳을 기준으로 잡으면 이동이 짧아지고 각 장소에 머무는 시간이 는다. 2박 3일이면 두 권역, 3박 4일이면 두세 권역에 집중하는 편이 여러 권역을 얕게 훑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다.

SERHAT TUĞ
권역을 정했으면 도는 방향을 하나로 통일한다. 공항에서 출발해 시계 방향으로 동쪽 성산을 거쳐 서귀포로 내려가거나, 반대로 서쪽 중문 방향으로 돌아 서귀포에 닿는 식이다. 한 방향으로 크게 원을 그리면 지나온 길을 되짚는 낭비가 거의 없다.
숙소도 이 방향에 맞춰 옮기면 좋다. 첫날은 공항 가까운 제주시, 가운데 날은 서귀포처럼 권역을 따라 숙소를 이동하면 아침마다 반대편으로 되돌아갈 일이 없다. 첫 여행일수록 욕심을 줄이고 동선을 단순하게 두는 편이 안전하다.
동선의 자유도는 이동 수단이 결정한다. 렌트카가 있으면 권역 안에서든 권역을 넘든 자유롭게 순환할 수 있고, 버스가 닿지 않는 오름이나 해안 명소까지 넣을 수 있다. 일행이 셋 이상이거나 아이가 있으면 렌트카 쪽이 대체로 편하고 비용도 나눠진다.
뚜벅이 여행도 가능하지만 조건이 붙는다. 대중교통이 예전보다 정비돼 주요 관광지는 버스로 닿지만, 숙소 위치가 여행의 질을 좌우한다. 버스 노선이 많은 제주시나 애월, 서귀포에 숙소를 잡아야 이동 시간이 줄어든다. 하루에 동·서·남을 모두 넣으려 하지 말고 한 권역만 도는 원칙을 지키고, 카카오맵으로 실시간 버스 도착을 확인하며 움직이는 것이 현실적이다. 혼자이거나 둘이라면 렌트카보다 비용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같은 장소도 언제 가느냐에 따라 갈 값어치가 달라진다. 봄에는 2월부터 피기 시작해 3월에 만개하는 유채꽃이 주인공이라, 산방산이나 우도처럼 유채와 풍경이 함께 보이는 곳을 앞순위에 둘 만하다. 벚꽃도 이 시기에 겹친다.
여름에는 수국이, 가을에는 억새와 핑크뮬리가 대표 풍경이 된다. 겨울이라면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으로 꼽히는 카멜리아힐처럼 동백 명소의 우선순위가 올라간다. 한라산은 봄 끝에서 초여름의 철쭉, 겨울의 설경처럼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반대로 계절이 안 맞는 명소는 무리해서 넣지 않는 편이 낫다. 꽃이 지고 난 정원이나 눈이 없는 겨울 오름은 사진에서 본 풍경과 다를 수 있다. 개화나 단풍 시기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므로, 출발 전에 그해 상황을 한 번 확인하고 1순위를 정하면 헛걸음이 줄어든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다. 권역으로 나누고, 한 방향으로 돌고, 이동 수단으로 동선을 조정한 다음, 그 계절에 가장 볼 만한 장소를 각 권역의 1순위로 끼워 넣는다. 이 순서만 지켜도 첫 제주 여행이 이동에 잡아먹히는 일은 크게 줄어든다.